국방 해군·해병대

의심선박 장악… 함교부터 화물칸까지 ‘샅샅이’

안승회

입력 2020. 02. 17   16:22
업데이트 2020. 02. 1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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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2함대 제천함 승선검색반 종합모의훈련 현장을 가다


5일간 교육 후 종합훈련 투입
선박 등반·기본 사격술·선내 기동술
종합훈련서 작전능력 유감없이 발휘

 
실전 방불케 한 ‘매의 눈’
검색조·경계조 편성 현장 투입
정보원 존재 여부 확인은 물론
선원·화물 정보 담긴 서류 검색
화물 하나하나 직접 살피기도

지난 14일 평택 군항에 정박한 경기함에서 해군2함대 승선검색반 종합모의훈련이 진행된 가운데 제천함 승선검색반 대원들이 선박 검색을 위해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사진=조용학 기자
지난 14일 평택 군항에 정박한 경기함에서 해군2함대 승선검색반 종합모의훈련이 진행된 가운데 제천함 승선검색반 대원들이 선박 검색을 위해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사진=조용학 기자


“저는 선임장교입니다. 우리는 귀선의 화물을 검색하려고 합니다. 우리의 지시를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귀선의 적하 목록을 제시해 주십시오. 목록을 검토한 뒤 화물을 검색하겠습니다.”

지난 14일 평택 군항에 정박한 경기함에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해군2함대 제천함 승선검색반이 고속단정을 타고 의심 선박을 가정한 경기함에 접근한 뒤 사다리를 설치해 갑판에 올랐다. 검색반 대원들은 갑판 곳곳에 자리 잡고 매서운 눈빛으로 주변을 경계했다. 가장 먼저 선박에 오른 조준희(중위·진) 검색반장은 선장을 향해 총구를 겨누며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검색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선장이 선박 검색에 응했지만, 승조원들은 경계의 고삐를 바짝 조이며 혹시 모를 교전을 대비했다.

이곳에선 해군2함대 제천함의 승선검색 종합모의훈련(FTX)이 한창이었다. 훈련은 항해 중인 제천함이 의심 선박을 마주하는 상황이 부여되면서 시작됐다. 여러 상황을 고려한 제천함장은 승선검색반에 선박 투입 지시를 내렸다. 승선검색은 해양차단구역을 항해하는 선박 중 감시 대상이 되는 선박에 승선검색반이 직접 올라 금지 항목의 물품 적재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다. 해군은 해당 선박에 금지 항목이 실려 있다면 항로변경이나 회항 조치할 수 있다.

제천함 승선검색반 대원이 함교에서 의심선박 선원 역할을 맡은 수병의 몸을 수색하고 있다. 사진=조용학 기자
제천함 승선검색반 대원이 함교에서 의심선박 선원 역할을 맡은 수병의 몸을 수색하고 있다. 사진=조용학 기자


협조 의사 확인 즉시 승선검색반 투입… 무장한 선박엔 해군특수전전단 나서

승선검색 작전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선박이 비협조적이거나 무장한 경우 특수전 임무를 수행하는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대원이 투입돼 승선검색 작전을 수행한다. 지난 2011년 청해부대 6진의 ‘아덴만 여명작전’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청해부대는 검문검색과 해적소탕작전을 펼치며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의 선원 21명을 전원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달리 선박이 협조적인 경우 의심 선박을 마주한 함정은 UDT 대원의 지원을 기다리지 않고 즉시 함정 승선검색반을 검색작전에 투입한다. 이때 승선검색반은 통상 함정의 안전통제장교가 검색반장으로 조타·병기·통신·갑판 등 다양한 직별의 승조원이 검색조, 경계조로 각각 편성된다.

현장을 안내한 공보정훈실 윤인효 중위는 “2함대는 어선·상선의 통항이 많은 서해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어 UDT 대원뿐 아니라 함정 승조원의 선박검색 능력도 중요하다”며 “2함대는 긴급상황 시 함정 승선검색반이 직접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승조원의 선박 장악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장의 협조 의사를 확인한 제천함 승선검색반은 본격적인 선박 검색작전에 돌입했다. 이들은 선장을 노출된 갑판에 세운 뒤 몸을 수색하며 군인 또는 정보원 존재 여부를 확인했다. 특이한 점이 없음을 확인한 대원들은 선장의 안내를 받아 함교로 이동했다. 대원들은 이동 중에도 기존 대형을 유지하며 위장 공격에 대비했다.

절차에 따라 함교를 장악한 대원들은 선원의 정체와 화물 종류를 확인하는 서류검색을 이어갔다. 서류는 위조될 수 있기 때문에 서류검색에선 대원들의 적절한 판단력이 요구된다. 비록 훈련이었지만 대원들은 진지한 태도로 가상의 채증 작업까지 수행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이날 훈련은 서류검색을 마친 대원들이 화물칸으로 자리를 옮겨 기록을 바탕으로 화물을 직접 검색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제천함 승선검색반 대원들이 승선검색 중 하나인 서류검색에 앞서 함교를 장악하고 있다. 사진=조용학 기자
제천함 승선검색반 대원들이 승선검색 중 하나인 서류검색에 앞서 함교를 장악하고 있다. 사진=조용학 기자


“안전한 서해 만들기 기여할 것”

2함대는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제천함·충북함·경기함·신성함 승선검색반 21명을 대상으로 승선검색 교육훈련을 진행했다. 사흘간 선박 등반, 기본사격술, 선내 기동술, 격실 검색법을 숙달하며 검색작전 시 필요한 역량을 끌어올린 승선검색반 대원들은 14일 종합모의훈련을 통해 검색작전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해군특수전전단 소속으로 2함대에 예속된 5특전대대 교관이 참관한 종합모의훈련은 실제 해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합적이고 동시다발적인 상황에 대한 대응 절차를 숙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교관들은 대원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관찰하며 그동안 쌓아온 검문검색작전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제천함 조준희 검색반장은 “이번 훈련을 통해 승선 검색작전 수행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서해로 진입하는 의심 선박에 대한 검색이 필요하다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진입, 임무를 완수해 안전한 서해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안승회/사진=조용학 기자


안승회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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